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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모순

이른바 모순은 모든 개인에게, 사실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정해진 길만을 고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두 번, 세 번씩 읽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모순 줄거리

 

25살의 여자 주인공 안진진이 있습니다. 진진은 가정형편으로 인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여러 알바를 전전하다 현재는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침 문득 그래 이렇게 살아선 안 돼 내 인생의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라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데 진진은 자신의 인생이 부피가 얇고 깊이가 없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25해를 살아오면서 삶에 대해 방관하고 냉소하기를 일삼던 자신의 태도를 반성합니다. 진진은 자신의 삶을 변명하기 위해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나 얼굴도 같았고 성격도 같았고 하다못해 학교 성적까지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같은 날짜에 하게 되죠. 하지만 결혼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은 180도 달라집니다. 이모는 세상에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불행을 소유하는 것으로. 진진은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180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만 삶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다 거두어 버립니다. 그러던 진진이 어느 날 결심을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진진의 이모는 부잣집에 시집을 가 평온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뭐든지 계획하고 행동하는 이모부, 그런 이모부를 닮은 자식들. 이모의 두 자식들은 미국으로 유학가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이모의 삶이지만 정작 이모 자신은 그 삶이 너무나 지루합니다. 그에 반해 진진의 엄마는 술만 먹으면 폭력과 행패를 부리고 툭하면 집을 나가다 이제는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책임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세월을 통해 비슷했던 이모와 엄마의 얼굴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엄마보다 적어도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이모. 가난했던 세월은 엄마를 이모보다 족히 10년은 더 늙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진진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진진의 남동생인 진모는 조직의 보스를 꿈꿉니다. 조직의 보스가 되기 위해 새까만 정장을 입고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매일 밤 말론 브랜도의 대부와 최민수의 모래시계를 보며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진모는 비둘기라는 여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진의 삶에도 두 명의 남자가 찾아오는데 나영규와 김장우. 나영규는 화목하고 유복한 가정의 탄탄한 직장까지, 딱히 결함이 없는 남자입니다. 철두철미한 성격의 나영규는 진진과 데이트를 할 때면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계획해 옵니다. 진진은 그의 일목요연한 행동들이 철저하게 계산된 데이트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그 남자에게 결점은 딱히 없습니다. 한편 김장우는 가난한 사진작가인데 순수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그는 진진을 위해 주고 배려합니다. 그리고 진진을 향해 수줍게 마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 김장우에게 진진은 자꾸만 흔들립니다. 하지만 김장우에게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들이 있는데 부모님 없이 보낸 김장우의 어린 시절을 불우하고 가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몹시 가난합니다. 진진은 김장우를 향해 마음이 가지만 현실적인 부분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현재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지만 진진의 마음속에는 아버지가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난동을 부렸던 아버지지만 진진은 어릴 적 느꼈던 아버지의 따뜻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훗날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거나 밥상을 뒤엎을 때도 확실히 다른 집에 망나니 술꾼과는 달랐다 이런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그래도 굳이 써 본다면 아버지의 그 망나니짓에는 일종의 품위가 있었다. 진진의 어린 시절 집을 나갔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아버지는 진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해 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쌍둥이였던 엄마와 이모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지만 자주 교류했는데 진진의 아버지가 행패를 부릴 때면 이모는 새벽에 차를 타고 달려가 진진이와 진모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킵니다. 그리고 다음날 진진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식이었습니다. 엄마와 이모는 자주 교류 하지만 엄마는 자격지심 때문에 종종 이모에게 날이 선 말들을 내뱉었습니다. 엄마가 날이 선 말들을 내뱉으면 먼저 굽히는 쪽은 늘 이모 쪽이었습니다. 생일도 같고 결혼 날짜도 같은 일란성쌍둥이 이모와 엄마 둘 중 누구도 필연적으로 서로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옵니다. 동생 진모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은 남자를 집단 구타하고 잠적합니다. 경찰서에서는 살인미수라고 연락이 오고 엄마는 수습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김장우와 나영규를 동시에 만나는 진진의 연애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데 나영규는 자신의 인생 계획에 따라 진진에게 청혼합니다. 나영규의 청혼이 싫진 않지만 진진은 어딘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사실 진진은 김장우에 대한 마음이 커져 어느덧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행복과 동시에 진진을 괴롭게 하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진진의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진진의 퇴근시간에 맞춰 이모가 찾아옵니다. 진진과 이모의 관계는 여는 이모와 조카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데 사실 진진은 엄마보다는 이모를 더 닮았습니다. 진진은 엄마만큼이나 이모를 무척 사랑합니다. 진진과 이모는 저녁 식사를 하고 눈 내리는 거리를 함께 걷는데 그날 이모의 행동에서 왠지 모르게 해괴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얼마 후 집 나갔던 아버지가 5년 만에 중풍에 치매까지 걸려 돌아옵니다. 진진의 이모는 작품 결말에 이르러 자살합니다. 자신의 쌍둥이 언니였던 진진의 엄마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고통받는 삶과는 달리 평탄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녀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외롭고 무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정을 얻었지만 낭만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모의 자살을 목격한 진진은 현실적인 나영규와의 결혼을 택했을까요? 자신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슴 아픈 김장우와의 결혼을 택했을까요?

 

모순 작가 소개

 

작가 양귀자. 1955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78년 문학사상대회에서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귀머거리, 원미동 사람들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단편소설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 등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모두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뛰어난 필력과 세련된 서사 구성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 속의 한 줄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해 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쌈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 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인생은 탐구하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