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유시민 작가의 강력한 추천을 믿고 펼쳐든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읽는 동안 몇번이고 울리고 웃기는 그러다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 만땅의 책입니다. 빨치산이라는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글이지만 진정한 가족 사랑과 내가 그리고자 하는 세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도서 줄거리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의 첫 문장을 통해 작중 화자인 아리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냉소적인 태도로 운을 뗍니다. 이 첫 문장을 읽으면서,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하는 블랙 코미디 장르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현실적인 방언은 구례 시골 마을의 정감을 느끼게 했으며, 초반부에서 자칭 사회주의자라는 칭호를 가진 아버지가 노동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리가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이며, 독자에게 처음으로 비춰진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예상했던 블랙 코미디 장르도 아버지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로 변모합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아버지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아리와 공유하고 그 변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시작되고 조문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외동 딸로 상주의 역할을 하며 아리는 자리를 지키면서 아버지 말년의 친구 삼오시계방 박한우,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황사장, 아버지와 같은 동네 머슴 민노당원 박동식, 작은 상욱이라 불리는 김상욱, 소성철 은사의 아들, 윤학수와 담배를 피우다 만난 다문화 가정의 어린 소녀 등 다양한 조문객과 아버지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아리는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됩니다. 빨치산이라는 굴레는 아버지 뿐 아니라 아리와 아버지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아버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아버지는 죽음의 순간 자신을 옭아맸던 빨갱이라는 낙인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빨갱이가 아니라, 단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연인이며, 누군가에게는 친구인 동지였습니다. 아리는 3일간의 장례식 동안 아버지를 마주하며 아버지를 조금 더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소개

 

1965년에 전라남도 구례에서 태어난 정지아 작가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작가는 1990년에 장편소설인 빨치산의 딸로 데뷔하여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작가는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빨치산의 딸은 작가인 정지아 자신의 이야기로, 아버지는 전남 도당 조직부부장인 정운창이고 어머니는 남부군 정치지도원인 이옥남입니다. 이 책은 이적표현물로 지정되어 판매가 금지되었던 기간이 있었지만, 2005년에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파장을 일으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정지아 작가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외 작품들로는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등과 청소년 소설 숙자 언니, 어둠의 숲에 떨어진 일곱 번째 눈물, 노구치 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책 속의 한줄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래도 사램은 갸가 젤 낫아야

"상욱아, 너 하염없다는 말이 먼 말인 중 아냐?"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고 박선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먹은 소주가 죄 눈물이 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생전 처음 취했던 아버지가 비틀비틀, 내 몸에 기대 걸으며 해준 말이었다. 고2겨울이었다. 자기 손으로 형제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을 안고 사는 이에게 하염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죽흐먼 나헌티 전화를 했겄어, 이 밤중에! 또 그놈의 오죽하면 타령이었다. 사람이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아버지의 십팔번이었다.

"또 올라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 번만 와도 되는데. 한 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