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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주인공 요조는 끝까지 인간을 믿으며 그들에게 순수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인간들로부터 배신당하는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요?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한 심정은 어땠을까요? 길지 않은 글이지만 깊은 여운을 갖게하는 책입니다.
인간 실격 줄거리
작품 속 오바 요조의 수기로 나오는 것은 첫 번쨰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로, 서문과 후기에서는 '나'의 체험담이 쓰여 있다.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이 첫머리로 시작되는 서문은 유년시절, 학생시절 그리고 기괴한 사진으로 되어 있는 세 장을 비교하고 있으며, 그 모습이 제3자의 시점으로 쓰여 있다. 이 수기의 화자 오바 요조는 남들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혼란스럽다 못해 발광할 지경에 이른다. 그렇기에 남들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는 요조는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서 광대를 연기한다. 하지만 말싸움도 자기변명도 못하는 그의 본성은, 하녀와 하인에게 범해졌다는 어른들의 잔혹한 범죄를 말하지도 못한 채 힘없이 웃는 인간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또는 살아갈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난해함 끝에 아무한테도 호소하지 않는 고독을 선택해왔다. 중학교 시절, 요조는 광대 노릇을 하던 자신의 본모습을 눈치챈 같은반 친구, 다케이치로 인해 공포를 느낀다. 그 후, 고등학교에서 인간을 향한 공포를 달래기 위해 나쁜 친구 호리키의 권유로 소개받은 술과 담배와 매춘부, 그리고 좌익사상에 빠져든다. 이들은 전부 그에게 추악하게 보이는 인간의 굴레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히 환경이 변하며 여러 속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자,결국 한 유부녀와 하룻밤을 보낸 후 동반 자살을 감행한다. 하지만 요조 혼자만이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로 인해 심문을 받았다. 기소유예가 되어 아버지와 거래 관계인 히라메라는 남자를 보증인으로 석방되지만, 그의 혼란한 정신 상태는 계속된다. 처벌을 빌미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그는 잠시 넙치의 집에 체류하게 되지만, 그가 장래에 어떻게 할거냐고 따지면서 갈등 끝에 결국 가출해버린다. 이를 계기로 애 딸린 여성, 바의 마담 등 다른 여자와의 파괴적인 여성관계를 맺게 되었고, 요조는 더욱 깊은 절망의 늪에 서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에 대한 경계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한 여성을 알게 되고, 결혼하여 한동안이나마 행복을 얻게 되었다. 그러다 죄의 반댓말에 관해 호리키와 대화하면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머리를 스쳐지나간 직후, 그 여성은 단골로 드나들던 상인에게 덮쳐진다. 처참한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절망에 겨워 알코올에 빠져있던 그는, 그만 어느 날 저녁 우연히 그녀가 비밀리에 준비해뒀던 수면제를 써서 또다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그 후 몸이 쇠약해진 데다 술을 끊지 못하여 대설이 내리는 밤 도쿄에서 각혈을 하게 된다. 약국에서 정 술을 끊기 힘들 때 쓰라고 처방받은 모르핀을 주사하자 급격히 상태가 회복되었으나, 그에 맛들린 나머지 몇 번이나 남용하다 그만 모르핀 중독에 걸린다. 약국에서 계속 외상으로 약을 사는 동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되었고, 그만 약국의 부인과 관계를 맺기에 이른다. 자신의 죄를 견디지 못한 그는 스스로 본가에 상황을 설명하고 돈을 꿔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윽고 가족의 연락을 받은 듯한 넙치가 호리키를 데리고 찾아와 병원에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정작 그 제안에 이끌려 요조가 입원한 곳은 결핵 요양소가 아닌 정신병원이었다. 남들이 자신을 미치광이로 보는 것을 깨달은 요조는 이미 자신은 인간 실격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수 개월의 입원 생활 후 고향에 거두어진 요조는 폐인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고, 불행도 행복도 없이 노파에게 희롱당하며 시간이 지나간다. "세상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이는 지금까지 아비규환에서 살아왔던 이른 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하나의 진리라 여겨졌다. 실제 나이 27세인 그였지만, 머리도 하얗게 새어버린 바람에 40세 이상으로 보인다는 말로 수기는 끝을 맺는다. 후기에서는 '나'가 마담과 만나 소설의 소재로 제공 받은 수기와 사진을 보고 마담에게 요조의 안부를 묻자 알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마담은 아버지의 잘못이라 하고는 요조를 하느님 같은 착한 아이라고 말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인간 실격 작가 소개
본명이 쓰시마 슈지인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끼며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합니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을 갖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의 문하생이 되면서 필명으로 다자이 오사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935년 소설 '역행'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되었습니다. 같은해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칩니다.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을 발표하며 약물 중독 등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소설 집필에 전념합니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을 발표합니다. 이 작품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며 인기 작가로 알려지게 됩니다. 1948년에는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발표하여 작가적 위상이 한층 견고해집니다. 그는 다수의 자살 시도를 거듭한 뒤,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지게 됩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만년, 사양, 달려라 메로스,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이 있습니다.
책 속의 한 줄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석 장 본 적이 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인간이 목숨을 부지한다.' 라는 말의 의미가 지금껏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한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애당초 그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증거로 아이는 양손을 꽉 쥐고 서 있다. 사람이란 주먹을 꽉 쥔 채 웃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원숭이다. 웃고 있는 원숭이다. 그저 보기 싫은 주름을 잔뜩 잡고 있을 뿐이다. '주름 투성이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만큼 정말이지 괴상한, 왠지 추하고 묘하게 욕지기를 느끼게 하는 표정의 사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괴상한 표정의 소년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